전문가들 “소비자 편익 증대하려면 플랫폼 자율규제가 더 효과적”

규제를 만들거나 집행하는 정부기관에 비해 시장이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경우, 자율규제가 소비자 보호에 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3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소비자권익포럼은 ‘플랫폼 자율규제와 소비자 보호 토론회’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학계와 산업계, 소비자 단체 전문가가 모여 소비자 후생을 높이기 위한 플랫폼 자율규제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했다.

먼저, 발제를 맡은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규제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며, 강력한 법적규제 도입으로 소비자편익이 최대 2.2조원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플랫폼 경제와 같이 규제 입안자 및 집행자와 시장 행위자 사이에 전문성의 격차가 큰 경우, 다른 대체 제품·서비스로의 이동이 자유로운 경우(멀티호밍), 소비자의 항의나 불만표시에 즉각적 개선이 가능한 영역에서는 규제 도입을 통한 해결보다는 자율규제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현재 우아한형제(배달의 민족) 이사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업 내 대표적인 자율규제 사례로 리뷰운영정책, 식품안전협력강화를 위한 협약, 위생등급제 활성화 등을 언급했다. 특히, 리뷰운영정책과 관련하여, “플랫폼 거래에 있어서 리뷰는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 필수적 기능”이라며, “실제 거래상 발생하는 불법·허위·분쟁 리뷰 등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배달의 민족은 추천수 리뷰정렬, 이용자의 리뷰 성향 등을 고려한 통계표시, 체계적인 리뷰운영정책 마련 등을 통해 이용자의 신뢰를 제고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식품 안전을 위해 식약처와 MOU를 맺고 위생등급정보를 연동해 배민앱 내 표출하여 소비자에게 식품안전과 관련한 중요한 정보에 대한 접근을 높이는 노력도 하고 있다.

이오은 온라인쇼핑협회 중개자 자율준수위원회 위원장은 2007년 3월 자율준수규약을 제정하고 자율준수위원회가 출범했다며, 협회 차원에서 소비자 권익 강화 및 공정한 상거래 질서 정착을 위해 온라인 쇼핑몰 운영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지켜야 할 제반사항(예: 상품정보, 소비자피해 예방 정보, 소비자 민원의 처리 방법) 을 정하고, 6개월에 1회 정기 이행실태 점검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

토론 세션에서는 서희석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소비자 보호를 위한 플랫폼 자율규제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먼저, 박신욱 경상국립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또 다시 논의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안)은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표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고 있는 EU조차도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획정하여 플랫폼의 시장지배력을 판단하고 있다”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상위 3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을 합쳐도 50%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므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국가 경쟁력 확보방안에 대한 고민이 곧 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정혜련 경찰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디지털 플랫폼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논의를 3가지로 독과점 문제, 개인정보보호 문제, 소비자 기만 문제(다크패턴)로 분류했다. 특히 다크패턴 중에 최근 나온 VONAGE 판결을 예시로 들어 미국이 소비자 피해를 적극적으로 구제하는 경쟁정책을 펼치고 있음을 소개했다. 또한 “일본에서 나온 P2B, P2C 법은 소비자 보호를 중시하는 측면 뿐 아니라 시장경쟁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되었다”며, “산업장려책 뿐 아니라 민관협업 시스템의 구축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세준 경기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전자상거래영역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이슈에 대해서는 자율규제가 적절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자율규제 목적을 충실히 실현하고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별 사업자 수준에서의 자율규제 마련보다는 사업자단체나 협회 차원에서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선지원 광운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현재의 규제 움직임은, 플랫폼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 뿐 아니라, 규모가 크기 때문에 혹은 기업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까지 모두 플랫폼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포괄하여 규정하고자 하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 공정거래법이나 대규모유통법이 충분히 작동하고 있으므로, 업종별 규제, 쟁점별 적합한 형태의 자율규제를 채택할 수 있도록 보장해 자율규제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상임대표는 “자율규제와 법규제가 상충하는 것은 아니며, 행정규율로는 불가능한 상황을 자율규제가 채워야 한다”며, “플랫폼 거래에서는 기존 시장에서 발생하지 않던 소비자 피해 관련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므로, 이제는 총론을 넘어 각론으로 들어가 구체적으로 소비자 보호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타트업이라 할지라도, 기업으로서 최소한의 소비자 보호의 내용은 갖추어야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플랫폼은 향후 계속해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면서 시장과 소비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예측이 어려워 이러한 부분을 모두 사전적 규제로 단속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라며, “앞으로 거래의 안전성, 소비자의 선택권, 정보의 정확성, 피해구제의 실효성 차원에서 플랫폼 관련 규칙과 규율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하였다.

공정위 박설민 온라인플랫폼정책과 과장은 “플랫폼과 관련한 이슈 중 플랫폼-중소기업/소상공인의 관계(P2B, 갑을관계), 플랫폼-소비자의 관계(P2C, 소비자이슈)는 분명한 이해 당사자가 존재하고, 이해당사자간 대화의 여지가 있으므로, 정부가 민간의 이해당사자들이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자율규제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자율규제 작동을 위해서는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마무리했다.

좌장을 맡은 서희석 교수는 전자상거래법을 예로 들며 “국내에서 전자상거래법이 차지하는 위상이 매우 크고, 세계적으로 봐도 강력한 규제이므로, 원칙이 되는 강행규정은 두면서 그 위에 자율규제를 얹는 방식이 좋아보인다”라며, “우선은 개별 플랫폼이 개별 서비스 차원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자율규제를 마련하고, 부족한 부분을 협단체를 중심으로 메워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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