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해외 규제를 따라가기보다 우리 산업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 필요”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디지털경제포럼이 12일 <이커머스 생태계 활성화와 자국 플랫폼의 역할>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를 다각도로 진단하고, 이를 통해 향후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첫번째 발제에서 곽규태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자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장이 디지털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OECD 주요국을 대상으로 자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해당국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결과, 글로벌 플랫폼 대비 자국 커머스 플랫폼의 개수와 이용자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해당국의 연간 이커머스 산업 소매 매출액과 온라인 소비자 비중 등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곽 교수는 “이러한 연구 결과는 자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국가 경제적 중요도를 확인시켜주며, 자국 플랫폼의 체계적 육성과 보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두번째 발제에서 김정환 부경대학교 교수는 온라인 판매자 1,192명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 현황과 성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판매자들은 플랫폼이 제공하는 다수의 지원 정책 중에서는 경제적 지원(판매대금, 수수료 등)과 입점, 운영 지원 내 편리한 접근(상품등록, 플랫폼 관리 등) 등을 가장 선호하는 정책으로 꼽았는데,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을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에 비해 전반적으로 더 우수하게 평가했다. 또한 판매자들의 최근 3년 매출 평균은 약 3억 7800만 원이었으며, 2022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이 소상공인의 비즈니스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20년부터 디지털경제포럼 이커머스 생태계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는데, 매년 이커머스 생태계가 변화하는 양상을 보였다며, “시장을 이해하기 위한 학술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이상우 디지털경제포럼 회장이 좌장을 맡아 이커머스 시장과 자국 플랫폼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정윤혁 고려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빅테크를 견제하는 유럽, 중국의 플랫폼을 견제하는 미국의 사례를 통해 플랫폼 규제가 자국의 이익을 목적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자국 플랫폼을 타겟으로 하는 국내의 규제방향과는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원식 홍익대학교 교수는 디지털소비시장은 국경이라는 지리적 한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국 플랫폼-소비자-판매자 간 높은 유대가 디지털 소비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한 연구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모정훈 연세대학교 교수는 최근 플랫폼 경쟁의 트렌드가 국내 플랫폼 간의 경쟁이 아닌 로컬 플랫폼과 글로벌 플랫폼 간의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으로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어떤 메커니즘으로 자국 플랫폼이 해당국 이커머스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성욱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는 “자국 플랫폼의 존재가 이커머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살펴본 연구는 플랫폼의 긍정적인 효과를 우리 사회에 어떻게 내재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으로 자국 플랫폼의 가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때 정부 정책 관련 변수를 추가한다면, 플랫폼 진흥과 규제의 적정선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상범 무신사 대외협력팀장은 무신사는 패션 커머스 플랫폼으로서 국내 패션 산업의 발전과 다양성 증진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 예로 무신사에서 신진 디자이너 육성, 창업, 스케일업(scale-up)에 이르는 패션 브랜드의 성장 단계별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무신사 뿐 아니라 국내의 많은 커머스 플랫폼이 국내 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보름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산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재한 가운데, 단순히 수수료나 독점 측면의 논쟁에 기반한 규제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다며, “앞서 발표된 연구들과 같이 이커머스 산업을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축적되어 현실적인 이커머스 플랫폼 정책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상우 디지털경제포럼 회장은 전세계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플랫폼 규제가 도입되는데, “국내에서는 해외사례를 잘못 이해해서 오히려 국내 플랫폼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지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규제환경이 자국 플랫폼 보다는 글로벌 플랫폼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