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문가들, “한국, 온라인플랫폼 사전규제 재고해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고려대 ICR센터 주최로 7월 10일 코엑스 컨퍼런스룸(북) 203호에서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세미나(Ⅰ)”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총 2개의 세션으로 해외 연사의 발표와 국내 전문가의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제1세션 첫 번째 발표를 맡은 Christopher Yoo 교수(University of Pennsylvania Law School)는 “Shifting Tones in Platform Regulations in the U.S”주제로 최근 플랫폼 기업에 대한 미국 의회의 태도 변화를 설명했다. 크리스토퍼 유 교수는 “22년 상정된 6개의 플랫폼 법안 중 1개만 하원을 통과되었고 이마저도 상원에서 원내 투표에 상정되지 않았다”고 언급하였다.
크리스토퍼 유 교수(펜실베니아대 로스쿨)는 현재 플랫폼을 겨냥한 각국 정부의 행태를 언급하며 “과거 통신 규제가 구조적 분리로 인해 소비자의 피해가 컸는데, 과연 입법을 하는 입장에서 과거 사례를 고심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에서도 과거 대법원 판례를 통해 사전규제는 조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가 있는 만큼 산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쌓기 전, 사전규제를 하는 것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Giuseppe Colangelo 교수(University of Basilicata)는 “Regulating Digital Gatekeepers in the EU: DMA, Antitrust, and Platform Economics”주제로 EU의 DMA가 갖는 한계를 설명했다. 쥬세페 콜란젤로 교수(바실리카타대)는 “DMA식 사전규제가 디지털 플랫폼의 산업 혁신을 저해하고,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EU는 DMA를 통해 디지털 시장 규제의 리더임을 자부하지만, 유럽 내에서도 독일과 이탈리아 등 국가별 반독점 조항과 상충되어 혼동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어 효과적 규제인지 의문이 많다”며, “DMA는 EU 내 적용도 미흡할뿐더러 글로벌 표준 법안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부족하기에, 다른 나라에서도 차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세 번째 발표를 맡은 Andy Chen 부위원장(Taiwan Fair Trade Commission)은 “Law and Policy for Online Platform Competition: The Experience of Taiwan”주제로 현재 대만이 플랫폼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설명했다. 앤디 첸 부위원장(대만 공정거래위원회)은 “대만 경쟁당국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에 대해 사전규제 방식의 접근 방식을 취하지 않고 있으며, 각 이슈에 따라 개별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대만은 별도의 법을 만들어 디지털 플랫폼을 규제하지 않으며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전규제는 대만에서도 입법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최근 추진되고 있는 EU의 많은 법 개정은 목표지향적”이라고 언급하며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는 느낌으로 목표만 상정하고 법이나 규제를 바꾸는 것은 좋지 않다”고 이야기 했다. 또한 “특정 국가의 규제 형태를 따르기보다는 각 나라의 사정에 맞춘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네 번째 발표를 맡은 Robert D. Atkinson 회장(미국 정보통신혁신재단)은 “The Case Against Ex-Ante Internet Platform Regulations”주제로 발표했다. 로버트 앳킨슨 회장(ITIF)은 DMA가 시장 경쟁과 플랫폼 혁신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는“과도하게 규제하는 것보다는 사례별로 살펴본 후 각각의 플랫폼이 반경쟁적인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주장하며, 유럽 규제로 ‘게이트키퍼’의 서비스·제품 수혜를 입는 기업 수십만 곳에 피해가 예상되며 상당한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 예상하였다. 또한 “유럽이 DMA 시행 후 24개월간 추이를 지켜보면서 소비자, 기업혁신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본 후 한국에 도입하는 방안을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제2세션 토론에서 권남훈 교수(건국대)는 “플랫폼이 커지면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말은 있으나 플랫폼이 나타난 후 가격 상승이나 품질 하락이 있었다는 근거는 관찰되지 않았다”며 “글로벌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은 유의미한 경쟁 사업자가 존재하는 경쟁성을 확보한 유일한 국가”라고 말했다.
심재한 교수(영남대)는 “경쟁사 흡수합병은 특허에 기반한 제약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사를 배제시키기 위한 소위 ‘킬러 합병’ 으로 통용되었지만, IT분야에서 합병 이슈는 제약산업과는 다르게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여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합병이 되는 기업이 성공적으로 엑시트 하면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나간다는 이점도 있다”고 하였다.
남재현 교수(고려대)는 “시장 획정은 경쟁자가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등 다양한 조사를 통해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지만, 플랫폼 생태계는 시장 획정이 매우 어려운 분야”라고 하며 “우리나라는 기준 마련을 위한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인데, 예측적으로 대략 마련한 기준을 일반화하여 법으로 만드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는 “독점이 혁신을 저해할 때, 또는 지속 가능한 혁신이 중단되는 상황들을 모두 균형 있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교수(아주대)는 “유럽의 DMA가 잘 만들어져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안 되는 이유는 다른 시장 경쟁상황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온라인 쇼핑 시장에 대한 정부나 연구기관에서 경쟁상황 분석이 제대로 이루어진 연구가 없다”며, “정부는 증권시장 자료를 인용하거나, 전문적인 시장 경쟁상황 분석 없이 DMA를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박지연 변호사(법무법인(유) 태평양)는 “DMA법을 그대로 적용한 사전규제를 국내에도 적용하면 사실상 디지털 시장의 혁신을 저해할 수 밖에 없다”며, “해외 국가들은 각국 상황에 맞춰서 규제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플랫폼 기업만 표적이 되어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는 규제의 섣부른 도입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를 개최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박성호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정부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히 없애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